현대종교 | 조하나 간사
“흑흑……. 어떻게 하나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흑흑……. 어떡해요?” 이단상담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부모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을 간 아들을 보며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기만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에 상담실의 공기도 무거워졌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수화기만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썽 한번 피우지 않고 자란 착한 아들이 신천지에 다닌다는 사실을 부모가 처음 안 것은 7년 전이었습니다. 가족이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아들이 사이비 이단에 빠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신천지에서 공부한 노트를 들켰던 아들은 신천지인 줄 모르고 성경공부를 했다가 나중에 신천지인 것을 알게 되었고, 아들 자신 또한 속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신천지 공부를 그만뒀다고 가족을 안심시켰습니다. 평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들이라 부모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여전히 아들이 신천지에 다니는 것이 확인되자 부모는 거짓말을 한 아들을 혼냈습니다. 아들은 부모의 꾸중에 다시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신천지에도 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한 번 속은 적이 있던 부모는 아들의 약속을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의심이 싹텄습니다. 불안하기도 하고 뭔가 미심쩍기도 했지만 딱히 드러나는 것이 없어 시간만 지나간 것이 코로나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신천지인들이 보건소의 관리를 받게 되면서 부모는 아들이 여전히 신천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7년간 여러 번이나 부모를 속이며 신천지 생활을 한 아들에 부모는 화가 났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어 부모는 아들을 이단상담을 받게 했습니다. 아들은 상담을 잘 받는 척 연기를 하다가 집으로 가는 도중 도망을 갔습니다. 가족은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상담을 받기 싫어 단순히 반항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 공중전화로 아들은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단상담 받기 싫어요. 신천지 신앙을 인정해 주세요. 저도 이제 서른 살인데 독립할게요.” 평소 착하던 아들은 온데간데없고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통보했습니다.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도망간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가출 아닌 가출을 한 것도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공중전화로 전하는 내용 또한 누군가 시켜서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아들이 사라진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들을 안 보고는 하루도 살 수 없었던 어머니였습니다. 이대로 아들을 영영히 볼 수 없을 것 같아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는 부모의 간절함을 아들은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어머니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못 들은 체 아들은 공중전화를 끊었습니다.
30년을 키운 내 아들이 아닌 것 같았고 앞으로 아들을 못 볼 것 같다는 두려움에 부모는 바로 경찰서로 가서 아들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경찰의 답변은 “아들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들은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본인이 있는 곳을 부모에게 알려줄 수는 없다. 단지 경찰은 아들이 잘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한 후 그것만 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부모는 좌절했습니다. 사이비 이단에 빠져 가족이 무너지는 것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지 자신들의 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모는 꽁꽁 숨어버린 아들 대신 아들의 여자친구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수소문하여 찾은 부모는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아들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들의 여자친구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장생활에 방해가 되고, 이렇게 무작정 회사로 찾아오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무섭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는 그때 직감적으로 아들의 여자친구도 신천지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모는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도 하고 아들의 여자친구 직장에 “너가 신천지인이라고 알리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여자친구는 남자친구 부모의 간절함을 거절했습니다. 부모는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신천지인이라는 사실에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힌 기분이었습니다. 경찰도, 법도 아들을 신천지에서 빼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아들의 인생이 망가질 것 같았고 더 이상 예전의 아들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부모는 남은 인생을 걸어서라도 아들을 신천지에서 빼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모는 신천지를 만만하게 보고 아들이 한두 번의 상담으로 신천지를 나올 거라 착각했던 자신들의 무지를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신천지인으로 보지 않고 그냥 사랑하는 아들로만 보고 아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도 후회했습니다. 이는 모두 신천지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부모는 신천지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신천지를 탈퇴한 아이들을 만나 신천지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천지에서 자녀들을 빼낸 가족들을 만나서 조언도 들었습니다. 결국은 이단상담 만이 아들을 신천지에서 빼내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이번에는 실패할 수 없었습니다.
가출한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아버지는 한걸음에 달려나갔습니다. 3개월 만에 아들의 얼굴을 마주한 아버지는 아들이 눈앞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키우면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으로서의 관계는 유지하고 살자며 집으로 들어올 것을 말하자 아들은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독립하겠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반평생 가족만을 위해서 묵묵히 살아왔던 고생의 세월이 아무런 열매 없이 허물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식에게 대접이나 보상을 받으려 자식을 키운 것은 아니지만 가출하고 처음 만난 아들에게서 듣는 신천지인 여자친구와의 결혼과 독립은 아버지에게 다시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신천지 신도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면 더더욱 신천지를 나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 번만 이단상담을 받아보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무릎까지 꿇으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정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생결단을 각오했습니다. 이대로 아들을 다시 보낸다면 앞으로 못 볼 것 같은 불안함이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의 고집이 꺾이지 않자 아들은 이단상담을 듣기로 했습니다.
물론 죽기보다 더 싫은 것이 상담을 듣는 것이지만 가족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상담을 끝까지 한 번은 들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아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이단상담을 끝까지 듣고도 자신의 신천지 믿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신천지 신앙을 인정해달라는 약속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그 약속을 받은 아들과 다시 2차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은 신천지의 문맥에서 벗어난 잘못된 해석을 보고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받는 아들은 ‘신천지가 틀렸네. 그런데 어쩌라고?’하는 눈빛으로 반항을 했습니다. 조금씩 신천지 교리가 틀린 것은 눈에 보이는 듯 했지만 애써 부정하려 했습니다. 무조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는 신천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천지의 잘못된 점을 알아가면서도 신천지에 가서 물어보면 변명을 해줄 것 같다는 희망으로 고집을 부리는 아들을 보며 가족도 지쳐갔습니다. 그러나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상담을 통해 서서히 아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하려고 해도 신천지의 실체가 계속 드러나자 아들은 신천지가 거짓으로 가득한 곳임을 더디지만 하나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천지에서 믿었던 신앙이 거짓임을 깨닫게 되면서 아들은 마음이 공허하다 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도 의심스러워졌고, 성경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신천지에 있는 여자친구가 불쌍하다며 가슴 깊이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친구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고 여자친구 또한 자신보다 신천지를 선택할 것을 아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만 이 감정 때문에 신천지가 진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다시 신천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단상담을 받도록 여자친구를 설득은 해보겠지만 여자친구가 신천지를 탈퇴하지 않는 한 교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서로가 믿는 신앙이 반대에 서 있다는 생각에 아들은 신천지에서 벗어나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금까지의 삶을 주관하셨던 것처럼 앞으로의 삶도, 여자친구의 삶도 인도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아들에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하나님께 맡기고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본인의 힘으로 여자친구를 신천지에서 나오게 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여자친구를 신천지에서 나오게 하실 것을 믿으며 여자친구를 내려놓겠다고 결단하는 아들입니다.
불교에 가까운 무신앙의 가족은 아들 덕분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에 대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한 것은 아니지만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하나님께서 불러주신 곳에서 아들과 함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들을 신천지에서 빼내준 고마움으로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언젠가 이 가족에게도 예수님을 믿는 믿음과 구원의 기쁨을 허락하실 것을 믿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많지만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께서 아들의 새로운 출발 또한 인도해주실 것을 믿고 기대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아직도 이단에 빠져 있는 많은 영혼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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