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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교육 깨달은 뒤 자기부정 빠져 고통… “모든 게 무너졌다”

국민일보ㅣ임보혁 기자, 김수연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bossem@kmib.co.kr입력 : 2024-02-20 03:00


[리본(Reborn) 이단에서 본향으로] (상) 탈퇴자들의 비애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2023)에 따르면 한국의 개신교 신자 가운데 10명 중 1명꼴로 이단 신도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이단에 속한 교회라고 답하거나 “어디 소속인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합한 결과다. 이들은 전체 개신교인(771만명) 가운데 교회 출석자(545만명)의 6~12%(34만~66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정통교회들이 이단 회심자들(또는 탈퇴자들)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가 이단·사이비 종교로 규정한 단체에 빠졌다가 탈퇴한 이들, 부모를 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이단에 빠졌다가 회심한 ‘이단 2세’들을 만났다. 이어 이단에서 빠져나오려고 고군분투하는 탈퇴자들의 회심 이야기와 한국교회가 이들을 맞이하고 다시 태어나도록(Reborn·리본) 돕는 방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요셉(가명·31)씨는 인터뷰 요청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신천지가 ‘모략(계책이나 책략)’을 꾸미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신문 기자라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와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신학대학생 시절, 찬양팀을 모집한다는 한 음악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의 늪에 빠졌다.



기·승·전·성경공부의 덫

김씨는 “그렇게 만난 찬양팀 사람들은 모여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고, 주 4일 동안 카페 등에서 양육자를 만나 성경공부를 시작했다”며 “지금이야 언론에 신천지 수법이 많이 노출됐지만 그때는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팀원이 반주 봉사하는 교회에서 같이 성경공부를 하자며 데려간 교회도 나중에 알고 보니 신천지 위장교회였다고 했다. 그는 “장로교 마크를 도용한 신천지 교회였다. 예배당에 칠판이 있고 기도실이라는 명목으로 교리 세뇌 교육을 위한 공부방이 있는 장소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신천지에서는 교리를 가르치고 매번 시험을 치르게 했다”며 “‘말씀을 까먹으면 생명책에서 네 이름이 지워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단들의 포교 공세는 대학 캠퍼스 심지어 교실 안에서도 이뤄진다. 주로 포교 대상자에 맞춘 전략을 짜 미혹하며, 학업을 포기하고 종교 활동에만 집중하게끔 종용한다. 이유진(가명·26)씨는 “다양한 종교를 토의하는 교양수업에서 만난 한 학생은 제게 한 유명 국립대학 행복연구소팀에서 진행하는 연구를 위해 인터뷰 좀 해달라고 했다”며 “인터뷰 후 그 연구팀을 사칭한 신천지 신도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후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성경공부까지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족을 원수로 만드는 이단

이단에 빠지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는 가족이다. 이단 전문사역기관인 바이블백신센터(원장 양형주 목사)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교회 이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단 신도들이 이단 집단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 중엔 ‘가족의 권유’(38.2%)가 가장 많았다.


남재준(가명·33)씨 역시 어머니를 따라 기독교복음침례회, 이른바 ‘구원파’에 빠진 이단 2세대다. 남씨는 “군 제대 후 어머니의 권유로 전도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회초년생이 될 때까지 20대 청춘을 모두 구원파에서 보냈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구원파가 특유의 ‘깨달음에 의한 구원’을 강조한다며 이단으로 규정했다. 구원파 측은 그런 교리는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남씨는 “구원파 내에서는 ‘구원받았는지’에 따라 흑백으로 신도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멘털 붕괴’ 탈퇴자들의 비애

천수연(가명·35)씨는 8년 전 신천지에 빠져 3년 동안 활동했다. 천씨는 신천지를 나오는 것보다 나오고 나서의 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제가 믿은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며 “3년 동안 진리라고 믿고 따르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니 제 세계관도 무너진 것 같은 고통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왜 하나님께서는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저 하나님을 더 잘 믿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탈퇴자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상흔처럼 남아 있다. 이유진씨는 “예전에는 길가에서 나눠주는 전단도 거절 안 하고 받아주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의심할 줄 아는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김요셉씨는 “신천지에 세뇌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며 “처음에는 자기부정을 했다”고 전했다.


신천지 복음방 교관까지 올랐다가 탈퇴한 조하나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 실장은 19일 “하나님을 향했다고 생각한 일이 결국은 우상숭배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너무 혼란스러웠다”며 “내 진심이 짓밟히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다”고 탈퇴할 당시 감정을 끄집어냈다. 이어 “결국은 이단에 빠졌다는 사실에 자존감도 낮아지고 실패감으로 인한 무기력감도 왔다”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신천지에서 탈퇴한 이후 한동안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세상의 재미를 맛보며 방황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탈퇴자들의 증언과 고통,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단·사이비 신도 수는 증가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록교회이단상담소 김충일 목사는 “이단·사이비 집단에서 파생돼 나온 아류가 늘면서 이단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단·사이비 집단은 신도들에게 허황된 목표를 부여하고 외부 인간관계를 차단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탈퇴자 중에는 다시 이단 집단으로 돌아가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김수연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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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문의 및 제보 0505-944-25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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