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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이단 2세들의 고민과 아픔

최종 수정일: 2022년 2월 18일



개신교에서는 ‘모태신앙’이라 하고, 천주교에서는 ‘태중교우’라 부른다. 부모의 신앙으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호칭이다. 신앙적으로 특혜(特惠), 즉 특별한 은혜인 것은 분명하다. 태어나기 전부터 남다른 신앙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는 모태신앙인을 보면 왠지 종교적 심성이 남다를 것 같다. 요즘 ‘모태솔로’라는 표현으로 희화화됐지만 신앙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이처럼 운명적으로 주어진 선물 같은 모태신앙과는 달리 다종교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기 꺼리는 종교단체들, 특히 이단으로 분류된 단체에 속한 2세들의 고민과 아픔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1세대 이단 신도들의 경우 스스로 그 단체를 선택했고, 지인과 가족들과의 관계도 스스로 단절했으며 이단이라 비웃음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 선택을 고수했지만 2세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자신과 무관하게 얻게 된 이단 표식은 거부할 수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할 수도 없고, 게다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체념한 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조차 없이 고립된 환경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이단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부담스러워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기독교라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한다. 종교 인구 조사나 이력서에도 기독교라 표시하고는 혹시라도 자신의 소속이 드러날까 봐 마음을 졸인다.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안쓰럽기만 하다.


이단은 ‘정죄와 분리’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대상이다. 이단 규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교권을 장악하거나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악(惡)이다.


이단에 빠진 이들도 피해자고 그 가족들도 피해자이며, 아무런 선택의 여지 없이 이단 단체에 속한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2세 역시도 연약한 피해자이다. 사랑과 긍휼에서 제외되는 하나님의 백성은 없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 그리고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만드신 분’(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조)이시기 때문이다.


이단의 헬라어원은 ‘하이레시스’ 즉, ‘선택’이라는 뜻이 있다. 출생과 함께 자연적으로 교회에 속했던 이들이, 스스로 다른 믿음을 선택해 신앙공동체를 떠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단 2세들의 경우 이러한 선택과 무관하다. 그저 ‘운명’처럼 주어진 종교적 정체성인 것이다.


최근 다행스러운 현상은 이단 2세들이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갖고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천지 통일교 JMS 만민중앙교회 등에서 탈퇴하거나 탈퇴를 고민하는 2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SNS에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도 소위 ‘컬트(cult)’ 2세들의 고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속한 그룹을 떠나면 저주받고 지옥에 간다고 믿었던 2세들이 조심스럽게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교회는 이단 2세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하고 회복과 치유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언어와 태도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이단의 흔적이 있어도 그대로 품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용기와 새로운 일상을 위한 도전을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하면 좋겠다.


이단 2세들의 고민과 아픔도 걱정이지만 요즘 한국교회의 모태신앙 2세들도 와신상담 집과 교회를 떠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많은 교회학교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급격히 감소하고, 청년·대학생이 되면 급기야 집과 교회를 떠나 ‘모태신앙’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문의 및 제보 0505-944-25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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