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여호와의 증인 탈퇴 청소년들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 7월 2일
- 6분 분량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ㅣ2025.06.23 09:00 입력
■ “여호와의 증인 교리, 청소년들의 죄의식 조장하고 범죄로 내몰아”
■ “제명 정책으로 부모와도 연 끊기고, 대책과 보호 없이 홀로 생활해야”
■ “의문점 생기면 적극적으로 확인해야…그래도 준비되면 탈증했으면” 당부
여호와의 증인 문제는 주로 ‘수혈 거부’,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병역 기피’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호와의 증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제명자, 탈퇴자에 대해 ‘왕따’를 시킨다. 교류를 완전히 단절한 후 반성하고 돌아오도록 유도한다. 이것을 ‘사랑의 마련’이라고 포장한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미성년 자녀가 아무런 도움과 보호 장치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여호와의 증인에서 나와 가출 센터 등에서 지내기도 한다고 한다. 용기를 내어 여호와의 증인을 탈퇴한 2, 3세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돼 피해를 입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사회는 좁다. 그리고 폐쇄적이다. 교리가 가져오는 공포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탈증여호와의 증인 탈퇴 했지만, 힘들고 괴로운 것은 바깥 세상도 마찬가지였다. 17세에 여호와의 증인을 탈퇴한 김해솔(가명)씨를 만났다.
![]() ▲인터뷰를 진행하는 탁지일 교수(좌)와 탈퇴자 김해솔씨(우) |
탁지일 교수 :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요. 여호와의 증인은 어떤 곳이었나요?
김해솔 :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살았습니다. 눈을 뜨면 여호와의 증인 사회 안이었고, 밖에 나가도 모두 증인들이었어요. 친구나 친척들 모두 증인이었기 때문에 그냥 집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이 모임 후에 집에 돌아갈 때 거기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사람들을 배웅하고 회관 내에 마련된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잤던 기억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보면 사탄을 숭배하며 사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모두 여호와의 증인의 주입식 교육 때문이었죠.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면서 내가 비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상 기념일을 지키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챙기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학교에서 찰흙으로 루돌프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서 루돌프를 못 만들겠다”고 말해야 하는 지침을 알면서도 그 말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초등학생이었으니까요.
루돌프를 만들면서 몇십 년 뒤에 아마겟돈이 왔을 때 여호와가 저를 건물에 깔려 죽게 하지 않을까하는 공포심 그리고 루돌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이 갖게 될 상실감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고민한 끝에 코만 떼고 사슴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는데 크게 혼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Chat GPT |
생일 때도 마찬가지로 “생일을 지키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이야”라고 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생일을 애초에 안 알려 준다거나, 선물 따위는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무마했는데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친구들과 제 생일을 축하해 주신다고 작은 파티를 열었고 친구들이 손편지와 선물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박스에 담아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감동받겠지만 그 때 저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서 생일 축하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야 했지만 그 말을 할 수도, 정성이 담긴 선물과 편지를 버릴 수도 없어서 선물로 받은 초콜렛을 소화전에 숨겨놓고 몰래 꺼내 먹기도 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역시 죄책감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운동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는 방문하신 어머니가 보고 있기 때문에 배를 만진다거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행위로 얼버무렸던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는 어떠셨나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여호와의 증인이 비정상적인 종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교리를 어긴다는 죄책감보다 또래들의 시선이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억지로 전도를 나가면서 친구들이 그 모습을 보거나, 방문한 집에서 친구가 나올까봐 가슴을 졸였기 때문에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는 것’이라고 미리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주말마다 전도를 나갔어야 했기 때문에 전도를 나가지 않는 평일의 학원 가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편했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피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순대를 먹지 않거든요. 학교에서 가끔 순대가 나와도 받지 않거나,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죄책감이 없어지다 보니 먹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순대를 먹으면 아마겟돈 때 살아남지 못한다는 걱정이 들었고, 몇십 년 뒤 죽고 나서 부모님만 에덴동산에 들어가 저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머릿속에 스쳐 갔지만 먹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첫입을 먹었을 때는 거부감이 들어서 구토가 나오려고 했어요. 인육을 먹는다는 생각과 먹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먹고 나니 해방감이 들었습니다. 힘들게 순대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은 많이 의아해 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는 순대를 꼭 저한테 양보해 주더라고요.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여호와의 증인 자녀들은 어린 나이부터 죽음의 공포 앞에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호와의 증인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심리적인 압박에서 오는 아동학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2, 3세가 증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부모들은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마음으로는 슬퍼하겠지만) SNS, 문자 등의 모든 연락을 끊고 경제적 지원을 단절하게 됩니다. 멸망론이라는 극단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의 부모는 자녀들이 아마겟돈 때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여호와를 사랑하게끔 강요합니다. 그런 교육 방식이 정신적인 학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곳은 사탄이 지배한다고 세뇌하기 때문에 증인들은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범죄가 생기더라도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지금은 수정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생기면 사법기관이 아니라 회중 장로에게 먼저 연락하라는 지침이 있던 것을 눈으로 확인한 적도 있었습니다.
친척 중 한 분이 2차 성징이 일어났을 무렵의 일이라고 해요. 한 장로가 성추행을 했는데, 저희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니 “네가 착각한 거다”라고 반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성추행이 계속됐지만,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다고 합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겉으로 봤을 때는 품격 있고, 착한 이미지잖아요. 내부에서도 다른 형제를 볼 때 일반인보다 착하고 범법행위를 할 것 같지 않은 사람으로 보거든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이 사람을 범죄자 취급할 수 있느냐’고 오히려 피해자를 몰아 세우는 식으로 대처하기도 합니다. 교리상으로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다 보니, 범죄가 은폐되고 지속되는 거죠.
여호와의 증인 사회는 매우 좁기 때문에, 신고하면 오히려 피해를 당했던 자매의 약점이 되곤 합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성 교제나 결혼할 때 오점이 없는 상황이 되죠. 특히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는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갑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피해자가 입을 닫게 되는 거죠.
여호와의 증인을 탈퇴할 당시 미성년자였잖아요. 어떻게 탈증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중학생 시절을 보내면서 제명을 포함한 몇십 년 뒤 아마겟돈이 오고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교리들이 이해가 안 됐어요.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만 직접 성경을 번역해서 쓰기 때문에 더욱 신뢰하기도 힘들었구요.
![]() ▲청소년 시기에 탈증한 김해솔(가명)씨 |
부모님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드렸는데, 신세계역 성경이나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가 만들어 낸 공식적인 답변만 보여주셨어요. 여호와의 증인은 공식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의 정보는 배교자들이 의도적으로 악의성 있는 정보를 뿌리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교리만 믿게 만들죠. 저도 인터넷 검색창이나 유튜브에 여호와의 증인을 검색해서는 안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부모님의 답변에 오히려 의문이 더욱 증폭됐습니다.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도 손이 무척이나 떨렸어요. 두려움과 공포심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곳에는 교리들의 허점이나 모순점들에 대한 증거가 넘쳐났어요.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세계관이 한 번에 무너진 거죠. 그때부터 우리 가족이 사이비종교에 모든 인생을 바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원망은 할 수가 없었어요. 부모님조차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세뇌 교육을 당하셨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교육을 받을셨을 테니까요.
여호와의 증인에 열심인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각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에게 용기를 내서 이해가 가지 않는 교리들이 많으니 두 달 정도만 잠깐 증인 생활을 쉬겠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당일 어머니가 바닷가에 데리고 가서는 통곡을 하면서 같이 유서를 쓰고 죽자며 종이와 펜을 꺼내셨어요. 그리고 말리는 저를 떨쳐내시고, 바다로 들어가시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말려주셨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열다섯 살이었어요.
탈증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가 생각도 못했던 범죄 피해를 당해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는데, 부모님은 여호와의 말을 안 듣고 배교행위를 해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비난을 하셨습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사실을 가족 모두가 장로들을 찾아가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꾀병을 부려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부모님이 배교행위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부모님과의 갈등이 깊어지다 보니 마음이 피폐해졌고, 정신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중증환자들만 있는 폐쇄 병동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오히려 집보다 편했고, 도피처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후 열일곱 살에 경제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가출을 하게 됐고, 무활동으로 탈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Chat GPT |
아무런 지원이나 보호없이 집을 나와 생활할 때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요?
탈증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은 경제적인 지원을 끊는 것은 물론 저의 연락을 차단하기까지 했었어요. 모두 교리에 의한 결단이셨겠죠. 간간이 통화가 되더라도 계속 싸우기만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신 것 같기는 합니다.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가끔 본가에 가기도 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물론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열일곱 살에 집에서 나오다 보니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거죠. 주거할 곳 없이 방황하다가 친구를 잘못 사귀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범죄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범죄 예방 교육을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은 사법기관을 불신하기도 하고,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교육을 하지 않아요.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용서해야 하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준비가 없이 사회에 나오다 보니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여호와의 증인을 나온 청소년들은 가출해서 방황하거나 청소년 쉼터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여호와의 증인을 믿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해솔씨가 탈증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여호와의 증인 청소년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우선 본인이 맞다 싶으면 신념대로 살아가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두려운 감정이 앞서고, 막연히 부모님의 가르침이 틀리겠냐고 생각되겠지만, 지금까지 알고 배워온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작정 대책 없이 탈증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증인 사회도 부조리가 많지만, 증인 밖 사회도 딱히 다를 것 없더라구요.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청소년 탈증인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탈북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증인이라는 폐쇄적인 사회에만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 수준의 경험만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어떤 현상에 대해 대처할 방법도 모릅니다. 문화가 전혀 다른, 이 사회에 대해 전혀 경험이 없는 곳에서 살다 왔다고 생각하고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고수하고 있는 제명 정책과 교리들은 ▲범죄 노출 ▲아동학대 ▲2차 가해 등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또한 세상을 사탄으로 보는 이들의 교리는 범죄를 합리화하고, 은폐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여호와’를 사랑한다는 그럴싸한 이유로 증인 2, 3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여호와의 증인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탈퇴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그중에는 초등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부모와 가족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여호와의 증인의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맹종과 맹신의 피해자가 되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출처] - 현대종교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문의 및 제보 0505-944-2580 -
Kommenta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