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회심] 한 사람의 회복, 한 가정의 회복
현대종교 | 조하나 실장 ㅣ2026.09.18 08:00 입력 | 2026.09.14 10:52 수정
아버지의 손에는 묵직한 서류 봉투가 하나 들려 있습니다. 그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열어보지도 못한 채 그저 손에 꼭 쥐고만 있습니다. 어머니가 막내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말없이 서류 봉투만 만지작거리며 한숨만 내쉴 뿐입니다.
사실 막내아들은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말수가 매우 적었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마치 처음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한참 동안 입안에서 말을 맴돌다가 겨우 몇 마디를 꺼냈지만, 그마저도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고 공부도 곧잘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 표현을 짧은 단어 몇 개로만 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거나 대화를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점차 소외되며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누구보다 사람들을 사귀고 싶어 했지만 먼저 다가갈 용기가 부족한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썼고,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아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차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다그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수능을 친 아들은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재수를 원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습니다. 아버지는 우선 대학에 진학한 뒤 편입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뜻대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지만 부자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아버지는 아들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소통이 되지 않음을 여러 번 말했지만 아들의 언어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감정적인 대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점 대화가 사라졌고 어느새 같은 집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늘 무거웠습니다. 아들의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것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이 어머니는 더 속상했습니다.
원하지 않은 대학에 입학한 후, 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중간고사 이후로는 아예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대리 출석을 부탁했지만 곧 그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어느 날 아들은 학교에서 한 선배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편입 경험이 있는 선배가 자신의 마음도 잘 이해해 주고, 아들이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처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안도했습니다. 아들이 자주 선배를 만나며 조금씩 사회생활을 하는 듯 보여서 어머니는 그 선배에게 고마웠습니다. 다만 그 관계가 오래 이어지지 못하면 아들이 또다시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독립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나이도 어리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독립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어머니는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들이 “어머니와도 본질적으로 잘 맞지 않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보다 어머니와는 비교적 소통이 잘 되었고, 어머니는 아들의 서툰 표현을 나름 잘 이해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마저도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하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유를 묻자, 아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어머니를 밀어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학교 수업도 듣지 않는 아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아들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어머니는 바로 건물 주소를 확인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두 사람은 주말에 같이 그 건물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마치 학원처럼 보였습니다. 칠판과 책상, 의자가 놓여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방문객의 등장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그 사람들에게 “여기가 뭐하는 곳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문화센터”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센터라기에는 안내문도, 홍보물도, 강좌 시간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이곳을 찾아왔으며 누구를 찾는 건지 물어보았습니다. 부모님은 혹시나 아들에게 해가 될까 염려해 아들 이름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그 장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해당 장소가 신천지 위장 장소라고 게시되어 있는 것을 저희 상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했고, 그렇게 이단상담소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나자, 마침내 아버지는 서류 봉투를 열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두툼한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날 이후로 신천지에 대한 자료를 하나씩 모아 왔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습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던 아버지가 애써 울음을 삼키는 모습을 보니 더 묵직하게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아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했고, 늘 답답해하며 윽박지르기만 하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보다 부족한 모습만 바라보았던 지난날들이 한꺼번에 떠오른 듯했습니다. 그 모든 후회가 아버지의 눈물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신천지에서 빼내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아들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한 후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상담소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서, 아들을 어렵게 설득한 부모님이 아들을 데리고 상담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아들은 긴장한 탓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지만 입에서는 “아…”, “하…” 하는 짧은 소리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재촉하지 않고 아들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아들은 안정이 되었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조금씩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지금까지 신천지에서 배운 말씀이 진리이기 때문에 계속 신천지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자기의 마음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 사람이 없었지만, 신천지 사람들은 자신에게 변함없이 잘해주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언어 표현의 어려움도 신천지 역사가 완성되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들이 누구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은 외면해 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들을 답답해하기만 했던 자신의 지난 시간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들은 신천지가 진리라고 확신하지만, 자신이 신천지를 믿는 것이 사람들의 친절 때문이라고 부모님이 오해하는 것이 싫다고 했습니다. 결국 신천지가 옳고 그름을 확인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자신이 신천지를 믿는 이유가 신천지의 교리 때문임을 부모님에게 증명하기 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을 되찾기 위해, 아들은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목적이 다른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다른 사람들보다 상담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은 천천히 성경을 펼쳐 놓고 신천지 교리와 성경을 하나씩 비교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천지식 비유 풀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였던 해석들이 사실은 성경의 문맥을 벗어난 해석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확인해 나갔습니다. 성경은 특정 단어만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사용된 문맥과 당시의 상황, 언어적 배경 등을 함께 고려할 때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신천지 비유 풀이의 모순을 확인한 아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오랜 침묵 끝에 아들은 “신천지가 100% 진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며 왜 그동안 성경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내용이 많으니 하나씩 정리해 적어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상담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아들은 신천지가 잘못된 곳임을 인정하고 탈퇴를 결심했습니다. 아들의 결심을 듣는 순간,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지금껏 참아온 눈물을 흘렸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는 아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아들이 상담을 통해 바르게 깨닫기를 바라며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지금까지 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아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들 또한 부모님의 말보다 제 3자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랐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랫동안 메말라 있던 가족의 관계에 다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신뢰를 회복해 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큰 감사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회복은 한 가정의 회복으로 이어졌습니다. 깨어질 뻔한 가정이 서로를 바라보며 보듬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아버지의 손에는 더 이상 묵직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손에는 아들의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 줄 응원과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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