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이단의 공생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 9월 9일
- 3분 분량
한국기독공보ㅣ탁지일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ㅣ작성 : 2025년 09월 08일(월) 11:52
[ 논설위원칼럼 ]

정통성이 없는 권력과 이단은 필연적인 공생(共生) 관계이다. 국민의 지지가 취약한 권력은 이단을 선호한다. 맹종과 맹신에 익숙한 이단 신도들의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맹목적인 충성도는 정치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종교적 정통성이 부재한 이단은 기성 종교의 비판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보호자를 필요로 한다. 정치권력과 이단의 부적절한 공생은 한국 현대사에서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
첫째, 1970년대 군사정권과 통일교의 공생이 시작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충성도 높은 열렬 지지 세력이 필요했고, 개신교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던 이단 통일교는 바람을 막아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통일교는 군사정권이 집권 연장의 명분으로 내세운 반공(反共)을 뛰어넘는 승공(勝共)을 외치며, 생존과 번영을 위한 안정적인 물적 토대를 구축했다.
통일교를 비판하던 선친 탁명환 소장이 정보부의 조사를 받을 때, 수사관은 "반공 운동하는 통일교를 반대하니, 당신 빨갱이 아니냐?"는 심문을 받았다. 미국 공화당, 일본 자민당, 한국의 보수정당에 대한 직간접적인 물적·인적 지원을 통해 통일교는 정착하고 성장했다. 특히 고급 개발 정보에 기반한 부동산 투자는 통일교의 막대한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만든 주요한 수단이었다.
둘째, 1980년대는 통일교뿐만 아니라 유병언 구원파의 정치권 로비 의혹도 두드러졌다. 1987년 일어난 32명의 집단 자살 혹은 타살 의혹이 제기되는 오대양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대양을 통해 조성된 막대한 자금이 군사정권의 핵심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아직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구원파의 이단성을 비판하던 선친 탁명환 소장은 유병언과 깊은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던 점은, 선친이 유병언을 고소하면 담당 경찰서가 수시로 변경되면서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던 반면, 유병언이 선친을 고소하면 즉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87년 10월 충북 보은 집회 중 통일교 신도들의 난입과 폭행으로 크게 다친 탁 소장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러기에 왜 유병언을 비판했냐는 경찰 간부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마침내 2014년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구원파의 불법적인 정치권 로비 의혹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등장했다.
셋째,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도 사이비종교의 개입이 이슈로 등장했다. 군사정권 당시 개신교 목사의 신분으로 '대한구국십자군'이란 친정부 단체를 이끌던 최태민의 불법적인 권력 유착으로 시작된 최태민 일가의 행태가 국정농단의 출발점이었다. 탁명환 소장이 염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선친 탁명환 소장이 최태민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대전 선화동에서 원자경이란 이름의 무속인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2년이 지난 1975년 탁 소장이 최태민의 연락을 받고 이화여대 앞 다방에서 만났을 때, 그는 개신교 최고 권력자이자 목사의 신분으로 변해있었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후 탁 소장이 최태민을 비판하면 군복을 입은 목사들이 나타나 탁 소장을 겁박하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을 혼란 속으로 빠뜨린 국정농단이 이미 이때부터 예견되었다.
요즘 이단 신천지와 통일교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발적인 일탈'이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조직범죄'이고 '필연적인 병리 현상'이다. 정치권력에 기웃거리며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이단들의 행태는 도무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이고 운명이 되었다. 한편 이단을 이용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부패한 권력도 교회의 감시와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력과의 부적절한 유착은 이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도 자유롭지 않다. 요즘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층에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당황스럽다. 만약 사실이라면 통일교와 신천지 등 이단들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이단의 범죄에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적용하고, 교회의 불법에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교회는 주변 사회의 존중을 받을 수 없다. 정통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비성경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는 죄질 면에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정상 참작'이 아니라 '가중 처벌'의 대상이다.
이단사이비 문제는 단지 가정과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지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단사이비 문제에 대처하는 일은, 교회의 거룩한 사명이자, 가정과 교회와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책무가 되었다. 단, 교회가 정결해야만 이단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탁지일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
[출처] - 한국기독공보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문의 및 제보 0505-944-25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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