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가?, '생존자'인가?
-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

- 10월 17일
- 2분 분량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 2025.10.15 09:31 입력
선친 탁명환 소장이 피습을 받아 소천하신 후,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단 문제를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교리적 원인을 연구하고, 사회적 폐해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나에게 ‘피해자’라는 존재는 도움과 지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조성현 PD와의 만남을 통해 접한 ‘생존자’라는 단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사이비종교 피해와 폐해를 바라보는 내 생각과 관점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즉, ‘피해자’는 단지 수동적으로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피해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절박하게 씨름하는 ‘생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신범
‘나는 신이다’와 ‘나는 생존자다’에 등장하는 JMS 정명석과 형제복지원 박인근은 종교적 확신범들이다. 사이비종교 피해는 종교적 확신범에 의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범죄의 결과이다. 일시적인 충동으로 인한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교리적 가스라이팅으로 방어기제를 무력화한 후 저지른 확신범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의 치유와 회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발적’ 헌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고, ‘자발적’ 헌신이란 미명으로 성과 노동력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즉 표면적으로는 피해자가 스스로 돈과 성과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에 실정법은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로 인해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힘든 피해자들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찾고, 거리에서 일인시위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능적인 범죄를 자행하는 확신범 교주들에 대한 냉엄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력자
확신범의 거침없는 범죄는 ‘조력자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명석의 성범죄를 도왔던 정조은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 그리고 박인근의 착취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형제복지원의 중간관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종교적 합리화를 통해 거침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확신범들에 기생하며 부와 권력을 누린 조력자들의 행태는 확신범들의 죄질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더욱 잔혹한 일면을 노출하기도 한다.
결국, 확신범과 조력자들의 공생이 피해를 양산하고 지속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JMS 정명석에 대한 성상납을 주도했던 간부들과 성범죄를 덮으려고 했던 공권력과 정치인들의 민낯, 그리고 원생들을 물리적으로 성적으로 착취한 형제복지원 간부들이 추악한 조력자의 전형을 그대로 노출한다. ‘악’은 악일 뿐, 결코 ‘덜 나쁜 악’(less evil)은 없다.
피해자
사이비종교 문제가 발생하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감추는 일마저 다반사로 일어난다. 사이비종교가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대부분이다.
피해가 발생하며 주변에서, 가해자인 사이비종교의 폐해를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피해자들의 가정환경, 성장배경, 성격을 영악스럽게 분석하면서 주홍글씨를 부치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기도 한다. 피해자들이 건강하게 아픔을 노출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자 혹은 가족의 제보를 받고, 실질적인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교회와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생존자
‘나는 신이다’와 ‘나는 생존자다’는, 사이비종교 피해자들이 용기 있는 ‘생존자들’이라고 강조한다. 깊이 공감된다.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트라우마에 당당히 맞서고, 사회적인 편견과 비난을 이겨내며,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을 회복하려고 애쓰는 사이비종교 피해자들은 ‘생존자들’인 동시에. 아픔을 이겨내려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앞을 향해 걷는 ‘용사들’이다.
현재 내 나이가 선친 탁명환 소장이 소천하셨을 때 나이보다 4살이 더 많다. 선친이 1994년 57세에 하나님 품에 안겼고, 나는 오늘 2025년 61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보지 못했던 날들을 4년 넘게 더 살고 있다. 이제는 그분의 삶의 경험을 참조하거나 기댈 수도 없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정이 사이비종교 문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아픈 경험을 한 피해자들이다. 하지만 이제 피해자로만 조용히 숨죽여 힘겹게 살아갈 수는 없다. 부활의 그날에 다시 만날 소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기독신문」에 2025년 8월 26일 게재되었다.
![]() ▲탁지일 교수ㅣ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ㅣ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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